파산의 범의
김씨는 미국 시민권자입니다. 17년전 한국에서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다 거부되자 친구인 이씨에게 연대보증을 서달라고 하고 2억을 빌렸습니다. 하지만, 사업은 나아지지 않았고 김씨는 미국으로 도망왔습니다. 이씨는 김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김씨는 미국에서도 사업을 했지만 역시 또 실패였습니다. 결국 파산신청을 하여 모든 빚은 청산하였습니다. 김씨는 어머니가 편찮으시다는 말에 한국으로 입국하면서 17년전 한국에서 있었던 일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우선 공소시효가 끝났을 것이고 미국에서 파산신청을 하면서 모든 빚이 청산되었기 때문에 그 빚 중에 한국빚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김씨는 공항에서 바로 체포되었습니다.
우선, 김씨는 한국법상 피의자가 해외로 도피하면 공소시효는 중지되고 수배령도 연장이 된다는 한국 형법을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또한, 김씨는 미국에서 파산신청을 할 때 한국에서의 빚을 신청서에 포함을 했기 때문에 모두 청산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이 부분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미국 법원에서의 대부분의 결정은 해외에서도 유효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 가정 법원에서 이혼 결정을 받았다면 한국에 가서 다시 이혼할 필요 없이 법원의 결정문을 한국 정부에 제시하면 이혼 처리됩니다. 미국에서 한국 사람 두 명이 민사 소송을 했다면 그 결과가 대부분 한국에서도 유효하게 됩니다. 미국 파산법 조문을 읽어보면 파산신청을 하는 경우 어느 나라에 누가 가지고 있는 빚이든 모두 청산대상이 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물론 미국 파산법은 파산으로 청산되지 않는 빚에 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 예로는 양육비, 위자료, 정부 벌과금, 음주운전으로 인한 상해 보상금등입니다. 또한 학비 융자금 (Student Loan)의 경우에는 파산을 하더라도 사라지지 않지만 만약 파산 신청인이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청산을 요청할 수 있으며 혹은 융자금의 규모를 재조정할 수 있습니다. 만약 해외에서 가지고 있는 빚이 파산으로 청산되는 빚이고 파산 신청시 파산 신청서에 포함을 했다면 파산이 승인과 함께 미국에 있는 카드빚을 포함하여 해외에 있는 모든 빚도 청산되는 것으로 결정됩니다.
하지만, 변호사로 업무를 하다보면 법과 현실과 괴리가 발생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봅니다. 바로 한국에서 빚을 가지고 있고 미국에서 파산을 하는 경우가 그 예 중에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 있는 채권자가 미국의 채무자가 파산신청을 하는 것을 몰랐고 이에 대해 반대할 기회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절차상 적법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경우 미국 법원에서의 결정은 한국에서 재검토될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에서 단지 채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기 혐의등으로 고소되어 있는 경우는 미국에서 파산 결정이 형사적 책임을 면제해주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한국에서의 채무 상황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에 따라 대응 방식은 많이 달라지게 됩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한국에서 채무 관계를 가지고 있으면서 미국에서 파산을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업무가 가능한 로펌을 통해 케이스를 진행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미국에서 지낸 시간이 아무리 길더라도 가끔씩 떠오르는 한국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사라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의 채무 관계로 채권자가 두려워 한국을 방문하지 못하고 있거나 그리고 미국에서도 생긴 빚과 그에 따른 독촉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면 파산 신청을 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파산이 모든 상황에 대한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꽤 효과적인 치료제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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